대중교통을 기분 좋게 이용하는 방법(feat. 인생길)

2023. 1. 3. 13:53사역 및 일상

반응형
  • 좋은 길 안내자와 같이 가기.
  • 지하철에 사람이 붐비거나 멀미 나는 버스라면 기분 좋아지는 음악 들으면서 가기.
  • 한적한 지하철이라면 책을 읽으면서 가기.
  • 오디오북 듣기.
  • 도착시간을 여유 있게 계산하기.

10년 만에 이용하는 대중교통

타던 차가 없어져서 지난주부터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되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던 첫날 나는 한 시간 반 거리의 목적지로 가야 했다.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갈아타고 내려서 한참을 기다린 후 다시 버스를 타고 나서야 도착했다. 카카오맵에서 한 시간 반 정도 찍혔는데 막상 걸린 시간은 한 시간 50분 가까이 되었다. 차로 가면 시간이 줄어드는데 대중교통은 오히려 늘어났다.

뭘 들을 수가 없네

초행길이라서 휴대폰으로 뭘 할 수가 없었다. 뭘 좀 보려고 귀에 에어팟을 꽂았다가 안내 방송이 안 들려서 이내 뺐다. 하차 정류장을 놓쳐서 까딱하다가는 제때 도착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가까스로 제시간에 약속 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초행길은 운전하고 가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집으로 돌아올 때는 뭔가 여유로워졌다. 집으로 가는 길, 시간을 맞추지 않아도 된다. 버스가 천천히 가도 되고 정류장을 놓치면 돌아가도 된다. 마음이 느긋해지니 귀에 에어팟을 꽂을 수 있었다.

지하철

환승 때 딴짓 하다가는

다음 날 또 약속이 있었다. 이번에는 버스를 한 번만 갈아타면 도착할 수 있는 곳이었다. 카카오 맵을 켜고 순조롭게 환승 정류장에 내렸다. 환승할 차는 '곧 도착'으로 떠 있었다. 타이밍이 맞았다. 기분이 좋았지만 옷 속을 파고드는 바람에 살짝 놀랐다. 환승 정류장이 완전 응달이었다. 너무 추웠다. 바람도 칼바람이었다. 그때 비닐로 된 텐트 같은 것이 눈에 들어왔다. "들어오셔서 추위를 피하세요"라고 적혀 있었다. '진짜 안 추운가?' 들어가 보았다. 추웠다. 뭐지? 하면서 바로 나왔다.
버스 도착 안내가 '곧 도착'에서 '17분 후'로 바뀌어 있었다. '어? 못 봤는데!' 잠시 텐트 안에 들어갔을 때 지나갔던 것인지 아니면 안내가 잘못된 것인지 나는 칼바람이 부는 응달에서 꼬박 20분 가까이를 기다려야 했다. 어리둥절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20분 늦는다는 카톡을 보내고 추위를 견디면서 버스를 기다렸다. 설상가상으로 핫팩도 안 챙겼다. 생으로 추위를 견뎌야 했다.

걸어가는 길도 어려워

그날 저녁 또 약속이 있었다. 이번에는 신도림역 근처 음식점이었다. 신도림역까지 아주 안락하게 갔지만 그 후가 문제였다. 음식점까지 찾아가야 하는데 도대체 어디로 어떻게 걸어가야 하는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휴대폰을 들고 지도와 내 위치를 확인하면서 걸었다. 손이 꽁꽁 얼었다.
오랜만의 대중교통 이용은 어려웠다. 수많은 인파를 뚫고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는 분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사는지 대단하다 생각되었다. 그 어려운 대중교통 이용이 굉장히 즐거운 일일 수도 있다는 것을 어제 알았다.

좋은 길 안내자와 같이 가기

어제도 약속이 있어서 합정역에 갔다. 이번엔 전혀 긴장이 되지 않았다. 길 찾기 고수가 내 옆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바로 집사람이었다. 아내는 대중교통 고수다. 이리저리 아내가 가는 대로 따라가기만 하면 됐다. 지하철 안에서는 당연히 귀에 에어팟을 꽂았다. 지하철 안은 굉장히 고요했다.

기분 좋아지는 음악 듣기

유튜브를 실행시켰더니 "기분이 좋아지는 디즈니 음악"이 추천 영상으로 떴다. 실행시켰다. 어깨가 절로 들썩이는 음악이 흘러나왔다. 좋은 기분이 더 좋아졌다. 내가 어깨를 들썩이자 아내도 덩달아 어깨를 들썩였다. 흥겨웠다. 음악을 들으니 마치 영화의 주인공이 된 기분이 들었다. 보양식을 먹은 것처럼 발걸음이 경쾌해졌다. 흥이 올라오면서 몸에 기운이 넘쳤다.

책을 읽으면서 가기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이 책을 읽고 있었다. 멋있어 보였다. 한가한 지하철, 앉아서 갈 수 있다면 책을 읽으면서 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대중교통에서 책을 읽는 사람은 어디에서나 책을 읽는 사람이다. 버스는 멀미 때문에 좀 그렇고 지하철인데 자리에 앉았다면 책을 읽자. 교양이 쌓이고 문제해결 능력이 올라간다.

여유 있게 가기

약속 장소에 10분 일찍 도착했다. 전화해서 먼저 음식을 주문한다고 하고 두꺼운 외투와 가방을 정리했다. 일찍 도착해서 기다리는데 기분이 좋았다. 허둥대지 않았다.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었다. 당당하고 여유 있는 모습으로 만남을 가질 수 있었다.

인생을 생각하다.

등락이 있는 인생길

어느 누구에게나 인생은 초행길이다. 인생 2회차는 판타지 소설에나 나오는 이야기다. 초행길이기에 불안한 것이 당연하다. '나는 제시간에 제 위치에 있나? 혹시 뒤처진 것은 아닌가? 목적지에 제때 도착하지 못하면 어쩌나?' 불안하다. 나보다 뒤에 있었던 사람인데 어느새 고급차를 타고 쌩 나를 추월해서 지나간다. 잠시 한 눈 파는 사이에 버스를 놓쳤는지 내가 타야 할 버스는 오지 않는다.

나는 잘 가고 있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나는 내 인생의 목적지로 잘 가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40대 후반을 바라보는 나의 시간에 나의 위치는 적절한가? 나는 어디서 어떻게 은퇴하게 될까?' 잘 모르겠다. 작년 연말로 화성교회를 사임한 나는 올해부터 군사역으로 환승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나의 환승은 목적지로 잘 가는 환승인가?'

내가 사자를 네 앞서 보내어

성경을 통독하는데 출애굽기 23장 20절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사자를 네 앞서 보내어
길에서 너를 보호하여
너를 내가 예비한 곳에
이르게 하리니(출 23:20)


대중교통을 기분 좋게 이용하는 방법대로 성령님께서 나를 인도하고 계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좋은 길 안내자와 같이 가기.
  • 지하철에 사람이 붐비거나 멀미 나는 버스라면 기분 좋아지는 음악 들으면서 가기.
  • 한적한 지하철이라면 책을 읽으면서 가기.
  • 오디오북 듣기.
  • 도착시간을 여유 있게 계산하기.

길 안내자 성령님

합정역에 갈 때 아내가 길 안내를 해준 것처럼 내 인생길은 하나님께서 보내신 성령께서 안내하신다. 언제 내리고 어디로 가서 환승해야 할지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어깨춤을 추면서 앞서 걸어가시는 성령님을 따라가면 된다. "내가 너를 예비한 곳에 이르게 하리니"

기분 좋아지는 음악: 찬송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찬송만큼 힘이 되는 것은 없다. 너무 힘들면 찬송을 듣자. 축 쳐져서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을 때 아무 의미없는 영상을 넋넣고 보고 있지 말고 찬송을 틀자. 듣다 보면 점점 힘이 날 것이다. 영혼이 깨어나는 느낌이 들 것이다. 어느 정도 힘이 나면 그때 천천히 일어나서 기도하면 된다.

책, 오디오북은 평소에: 성경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도 책을 보는 사람은 평소에도 책을 읽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문제를 비교적 쉽게 극복한다. 평소에 지혜를 쌓아 놓았기 때문이다.
성경은 평소에 읽어야 한다. 결정적인 순간에 평소에 읽어 놓은 구절이 힘을 발휘한다. 상황에 맞는 구절을 그 때 가서 찾으려고 하면 안 된다. 잘 안 찾아질뿐더러 잘못 찾을 가능성이 크다. 평소에 공부하지 않는 사람이 잘못된 의사결정을 할 가능성이 큰 것처럼 평소에 성경을 읽지 않으면 잘못 가기 쉽다.

도착시간을 여유있게: 기도

예상하지 못한 어려운 일은 평소에 읽어 놓은 말씀으로 극복하면 되지만 사실 인생에는 예상 못한 어려움보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어려움이 더 많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1년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어려움이 예상된다면 미리 기도하면 된다. 그것이 사람에게 "지성"이 있는 이유다. 기도로 하나님께 미래를 아뢰자. 

길에서 너를 보호하며

성령님께서 나의 인생길을 앞서서 안내하신다. 성령님께서 보호하신다. 초행길이지만 불안하지 않다. 내 앞에 어깨춤을 들썩이시면서 걷는 내 인생의 동반자가 계신다. 나의 인생길은 낯설지만 즐거운 길이요 행복한 길이다.

여호와를 경외하며
그의 을 걷는 자마다
이 있도다(시 128:1)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