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해 쓰는 돈, 기분 좋게 쓰는 방법

2022. 3. 15. 19:21Think Ag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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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과 소비

어제 월급을 받았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비싼 정장을 샀다. 뭉칫돈이 나가니 월급 통장 숫자가 갑자기 초라해졌다. 고통스러웠다. 괜히 비싼 정장을 샀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오랜만에 산 정장이고 꼭 필요해서 산 정장이다. 또 주변에서 옷 한 벌 사 입으라고 주신 돈이 있는데 그에 한참 못 미치는 가격의 정장이다. 살만 해서 샀는데도 고통스러웠다. 옷 사 입으라는 돈으로 자산을 샀을 때는 뿌듯했는데 정작 그 용도에 맞게 정장을 샀는데 고통스러웠다.

소비의 고통

왜 고통스러웠을까? 불안했기 때문이다. 이 불안은 돈이 더 들어오지 않으면 어떡할까, 이런 마음이다. 괜한 걱정이다. 돈은 들어온다. 당장 직장을 그만둘 것도 아닌데 괜스레 불안해 한 것이다. 돈 걱정을 하면 진짜 쪼들리게 된다.
나는 그동안 나를 위해 돈을 쓰지 않았다. 불편했기 때문이다. 아내를 위해 쓰고 아이들을 위해 쓰고 직장 동료를 위해 쓸 때는 즐거운데 정작 나를 위해 뭔가를 살 때면 불편했다. 나도 결혼하기 전에는 나름 혼자 나를 위해서 쓸 줄 알았다. 비싼 밥집에 가서 혼자 만찬을 즐기기도 했다.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그랬는데 아이들이 어느 정도 커서 청소년기가 된 후에는 나를 위해 돈을 쓰는 것이 불편해졌다.

정장 구입

원가족의 문제

왜 이런 불편한 마음이 드는가를 생각해보니 20대 초반에 어머니께서 옷을 사주신 일이 생각났다. 그 때 어머니는 처음으로 백화점에서 10만 원 정도 하는 바지를 사 주셨다. 그게 그렇게 불편했다. 어머니 표정이 좋지 못해서 불편했는지 아니면 집안 형편 다 아는데 3-4만 원 짜리도 아니고 10만 원이나 되는 바지를 사는 것이 불편했는지 그 불편함이 아직 내 안에 남아 있는 것 같다. 그 감정의 밑바탕에는 우리 가족에게는 돈이 충분하지 않아라는 의식이 깔려 있었다. 부족한 돈이 나 때문에 더 부족해진 것이 미안했는지도 모른다. 마음이 불편해서였는지 안 어울리는 색을 사서인지 나는 그 바지를 거의 입지 않았다. 편하게 디자인된 바지였지만 그 바지를 입은 모습이 불편했다. 비싼 돈 주고 사서 거의 입지 않고 버렸다. 10만 원이 나의 불편한 마음 때문에 사라졌다. 25년 전의 10만 원이니 큰돈인데 그 큰돈을 그냥 버린 것이다.

돈 문제가 아닌 마음 문제

원가족의 문제다. 아내와 정장을 사러 갔는데 예전에 어머니가 옷을 사주면서 기뻐하지 않았던 모습을 아내의 표정에서 보았는지도 모른다. 아내는 그러지 않았다. 계속 감사하다고 했다. 내가 눈치를 과도하게 보아서 표정이 그렇게 보였을 것이다. 나는 장성해서 이미 원가족으로부터 독립했다. 일하는데 정장이 필요해서 샀다. 조금 비쌌지만 그렇게 고가도 아니다. 좀 과한 듯 했지만 충분히 살 만한 가격이었다. 정장 한 벌 사 입으라고 두 분 정도 돈을 주셨는데 그 돈을 합하면 이번에 구입한 정장 두 벌은 살 수 있는 돈이었다. 돈 문제가 아니라 마음 문제였다. 원가족에게서 받은 부정적 신호가 마음에 남아 있는 것이 문제였다. 이런 부정적 신호가 남아 있으면 돈이 아무리 많아도 제대로 누릴 수 없다. 제대로 누릴 수 없으면 돈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소비는 돈을 버리는 것이 아니다

소비는 돈을 버리는 것이 아니다. 없어진 것에 집중하면 불편할 거고 불편하니까 비싼 돈 주고 산 옷을 안 안 입는다. 안 입으면 버린다. 있는 것이 없어진다. 돈을 버린 것이다. 무엇을 사든지 돈이 없어졌다고 불편해하면 그 돈은 버린 돈이 된다. 생각해보니 집에 비싼 돈 주고 사서 안 차는 시계가 수두룩 하다. 살 때 4-50만 원씩 주고 산 시계들이다. 그 돈을 다 합쳐서 명품 시계하나를 살 걸하는 생각도 든다. 명품 시계를 샀으면 차고 다녔을까? 잘 보관했을까? 아니다. 도둑 맞거나 잃어버렸을 것이다.

소비는 감사를 표현하는 것이다

소비는 감사를 표현하는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을 살 수 있는 돈이 나에게 있는 것이 감사하다. 돈이 "있으니" 살 수 있는 거다. 정장을 샀으니 이제 품격 있는 정장 한 벌이 나에게 있게 된다. 없어진 것은 없다. 나를 품격 있고 단정하게 보이는 정장에 돈을 지불함으로 나는 그 정장을 만든 이들과 고급스럽게 비치해 놓을 공간을 만든 건축업자들과 판매한 점원에게 감사를 표시했다. 그걸로 됐다. 나는 이제 그 정장을 잘 차려입으면 된다. 정장을 만든 이들의 수고와 고급스런 쇼핑센터 공간을 만든 이들의 수고와 옷을 고르고 몸의 사이즈를 재는 수고를 베풀어준 이의 수고가 나의 소비로 가치를 발했다. 그들은 일은 헛수고가 아닌 것이 되었고 나는 돈을 지불함으로 많은 사람이 잘 살 수 있게 했다. 나는 내가 지불한 돈보다 훨씬 큰 것을 받았다. 이제 나는 그 정장을 입고 말끔하게 세상에 좋은 일을 할 것이다. 좋은 일에 이어 자연스럽게 돈이 들어올 것이고 나는 그 돈으로 더 많이 감사를 표현할 것이다.

이는 기업의 상을 주께 받을 줄 아나니
너희는 주 그리스도를 섬기느니라
(골로새서 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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