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4. 14. 15:24ㆍThink Again
40대 중반, 벚꽃을 보면서
벚꽃 시즌이 지나갔다. 올해 벚꽃은 유난히 빨리 피고 빨리 지는 것 같다. 10대 때 나는 벚꽃에 대한 감흥이 10분도 안 되어 사라졌다. 20대 때의 나는 벚꽃보다 봄이라는 계절에 설레었다. 한창 봄이 설렐 나이였다. 30대 때의 나는 벚꽃을 보면서 불안했다. 나이는 들고 앞날은 안 보이고 모아놓은 돈은 없고. 이런 불안이었다. 40대 중반을 지나고 있는 나는 벚꽃을 보면서 감사했다. 사실 40대 초반까지는 30대 때와 마찬가지로 불안했다. 40대 중반을 넘긴 나는 올해 유독 감사함을 느꼈다.
거저 주어지는 즐거움
무엇이 감사했을까? 내가 지금 즐기는 벚꽃은 오래전에 누군가가 벚나무를 심었기 때문에 있는 것이다. 누군가가 벚나무를 심었을 때 그 나무는 아주 작은 나무였을 것이다. 적어도 10년 이상은 지나야 지금처럼 꽃이 풍성해진다. 그렇다면 적어도 10여 년 전에, 길면 20여 년 전에 누군가는 벚나무를 심었고 누군가는 볼품 없었던 나무들을 오랫동안 관리했다. 그랬기 때문에 벚꽃이 양 옆으로 풍성하게 피면서 서로 만나서 터널처럼 된 것이다.
이런 식으로 많은 사람들의 수고가 아름다운 경치가 되었다. 나는 그것을 즐겼다. 흩날리는 벚꽃잎 아래를 걸으면서 즐거워했다. 나는 즐기기 위해서 돈을 지불하지 않았다. 벚나무를 심거나 관리하는데 수고를 보태지도 않았다. 내가 노력해서 얻은 즐거움이 아니다. 거저 주어지는 즐거움이다.
나는 무엇을 주어야 할까?
요새는 이렇게 거저 주어지는 즐거움에 참 감사하다. 내가 뭐라고 이런 좋은 것을 받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에게 좋은 것이 주어지기 위해서 얼마나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었을까도 생각한다. 내가 누리는 이 자유도 누군가가 피 흘려서 얻어낸 것이지 않은가. 그러면서 마음 한쪽이 묵직하다. 나는 무엇을 주어야 할까?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무엇을 누리도록 할 수 있을까?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참 짧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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