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기도를 할 때 주의해야 하는 이유

2023. 1. 4. 16:40Think Ag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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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시간을 떼어 놓고 기도하지는 않더라도 식사 전에 기도하는 습관을 가진 그리스도인들은 많다. 그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매번 식기도를 할 때마다 마음을 담아서 기도할까를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목사인 나도 무의식적으로 같은 말을 반복해서 기도할 때가 많다. 나의 식기도를 짧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건강하게 해주세요.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그런데 이 기도가 하나님 앞에서 바른 기도인가? 다시 생각해보자. 

가장 많이 나오는 기도제목: 건강

무엇을 위해서 기도해 드릴까요?

기도제목을 여쭤보았을 때 가장 많이 나오는 것은 "건강"이다. 좋은 기도제목이다. 갑자기 예상 못한 사고를 당하듯이 갑자기 큰 병에 걸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철이 들고 나서 주변 사람이 갑자기 큰 병에 걸렸다는 소식을 심심치 않게 듣는다. 이런 소식은 들을 때마다 가슴이 철렁한다. 예상 못한 재앙을 나는 절대 만나지 않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건강"이 최고의 기도제목으로 여겨진다.

건강하게 해주세요

식사기도를 하는 분들 중에 나처럼 하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나는 식사 때마다 똑같은 말로 건강을 위해서 기도했었다.

"이렇게 밥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건강하게 해 주세요.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건강하게 해 주세요." 나는 이 기도를 습관적으로 아무 생각 없이 하고 있었다. 이 기도를 한 번 생각해 보자.
내가 지금 건강하지 못해서 심각하게 아프기 때문에 건강하게 해 달라는 것일까? 아니다. 여기 저기 아픈 곳이 있긴 하지만 건강이 안 좋아서 일을 못할 정도로 아프지는 않다. 아침에 무리 없이 일어나서 일상생활을 충분히 영위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하다. 내가 지금 건강하기 때문에 "건강하게 해 주세요." 이 기도는 아파 죽겠으니 지금 당장 나를 건강하게 해달라는 뜻은 아니다.

(미래에) 건강하게 해주세요

건강하게 해 달라는 기도가 현재를 위한 기도가 아니라면 이 기도는 무슨 뜻일까? 그렇다면 이 기도는 미래에 나를 건강하게 해 달라는 거다. 아무도 건강을 위해서 기도한다면서 과거를 가지고 기도하지는 않는다. 과거는 이미 지나갔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건강하게 해 달라는 기도는 미래에 나의 건강에 문제가 생길지도 모르니 미래에도 건강하게 살게해 달라는 것이다. 
이 기도가 미래를 위한 기도라면 이 말은 미래를 염려한다는 말이 된다. 특별히 건강을 염려한다는 말이다. 여기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이 기도를 하나님께서 기뻐하실까? 만약에 지금 건강이 좋지 않아서 미래에도 건강이 좋지 않을 것이 거의 확실하다면 하나님께서는 이 기도를 기뻐하신다. 하나님을 전적으로 의지하는 기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건강한데도 미래를 염려해서 기도하는 것이라면 하나님께서는 이 기도를 기뻐하지 않으신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는 염려하지 말라고 하셨기 때문이다. 특히 기도할 때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라고 하셨다.

아무 것도 염려하지 말고
다만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빌 4:6)

기도에 관하여

 

하나님을 무시하는 기도

그동안 내가 했던 기도는 하나님께서 싫어하시는 기도였다. 그동안의 식기도가 주문 같은 기도였기 때문이다. 무슨 뜻으로 기도하는지 생각하지 않고 기복방액(祈福防厄, 복을 기원하고 액을 막는다)을 위해서 주문 외우듯이 기도한 것이다. 그저 미래에도 건강했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하나님을 향한 믿음이나 신뢰나 의지 없이 그냥 주문을 외우는 식으로 밥 먹기 전에 말을 뱉은 것이다. 차라리 기도하지 않는 것이 더 나은 외식만 가득한 기도인 것이다. 어쩌면 기도할 때마다 하나님을 무시한 것일지도 모른다.

식사 기도 내용을 바꾸다

얼마 전부터 나는 식사 기도를 바꿨다. 기도에 진심을 담았다.

이렇게 밥을 먹게 하시고 (지금) 건강하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진심으로 하나님께 감사했다. 이 기도는 때마다 밥을 주셔서 힘을 내게 하심도 하나님의 은혜요, 내가 지금 건강한 것도 하나님의 은혜라는 고백이다. 이렇게 기도를 바꾸고 나서도 매번 똑같은 말로 기도할 때가 많았지만 전과는 다르게 기도에 마음이 담기기 시작했다. 은혜를 베풀어주시는 하나님께 진심으로 감사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마음만 변한 것이 아니었다. 이렇게 기도하고나서부터 몸이 더 건강해졌다.

식기도를 왜 주의해야 하는가?

식기도를 할 때 주의해야 하는 이유는 이 기도가 습관적인 기도이기 때문이다. 아무 의식 없이 같은 말만 반복할 수 있는 기도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기도가 하나님을 높이기보다 오히려 무시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기도할 때마다 나의 자리를 생각해야 한다. 나는 오늘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의지해서 숨쉬고 살고 기동하고 있는 존재다. 이것을 알면 기도할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하나님을 무시하고 주문 외우듯이 방액(防厄)을 구하는 기도는 하지 않을 것이다. 

또 기도할 때에 이방인과 같이
중언부언하지 말라
그들은 말을 많이 하여야
들으실 줄 생각하느니라
그러므로 그들을 본받지 말라
구하기 전에 너희에게
있어야 할 것을
하나님 너희 아버지께서
아시느니라
(마 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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